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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 클라비코드와 하프시코드

메종 뮤즈 2025. 8. 11. 20:54

클라비코드와 하프시코드는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건반악기이다.
독일에서는 건반악기를 '클라비어(Klavier)'라고 한다.
지금은 피아노가 대표적인 건반악기이지만
바로크 시대에서 클라비어란 클라비코드나 하프시코드를 의미했다.

 

'클라비코드'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건반악기이다.
가로 150cm, 세로 50cm, 깊이 15cm 정도 되는

상자 모양으로, 건반은 나무로 만들어졌다.

건반을 누르면 탄젠트라는 작은 놋쇠가

현의 위쪽을 살짝 건드려서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크기가 작고 가격이 저렴해 일반 가정에서

널리 사용되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클라비코드에는 다른 건반악기에는 없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

건반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탄젠트가 줄을 치고 난 후에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줄에 붙어 있어, 

손가락의 움직임이 건반, 탄젠트를 거쳐 줄로 전달되는 동안

줄은 자유롭게 진동하며 소리를 지속한다.

이때 연주자는 미묘한 손가락의 움직임을 통해

줄을 누르는 압력을 조절할 수 있고,

 미세한 비브라토 효과도 낼 수 있다.

이는 건반악기 중 클라비코드만이 지닌 기능이다.

 

또다른 특징은 섬세한 뉘앙스의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본 음량이 워낙 작아서 효과가 미미하기는 하지만

셈여림은 물론 크레센도와 같은 표현도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음악을 배우는 학생을 위한 교육용 악기로 사랑받았으며,

집에서 소박하게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도 애용되었다.

 

바로크 시대 건반음악의 대가인 바흐도

섬세한 표현력을 갖춘클라비코드를 애용했다고 한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인벤션>은

클라비코드를 위한 작품일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는데 워낙 음량이 작다보니

좁은 실내에서만 독주가 가능했고,

다른 악기에 소리가 묻혀 버려서

협주곡이나 실내악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클라비코드의 섬세한 표현력 덕분에

17-18세기 독일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17-18세기 프랑스나 영국에서는 '하프시코드'가 인기를 끌었다.
하프시코드를 독일에서는 쳄발로, 프랑스에서는 클라브생이라고도 한다.

하프시코드의 생김새는 그랜드피아노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소리를 내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피아노는 해머가 줄을 때려서 소리를 내지만,
하프시코드는 새의 날개깃이나 가죽으로 만든 쐐기 모양의 채가
줄을 뜯어서 소리를 낸다. 

하프시코드는 클라비코드에 비해 소리가 예리하고 음량도 풍부하다.
하지만, 건반의 터치로 소리를 조절할 수는 없고,
음을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였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건반을 2단 이상 설치하고
스톱이나 페달을 통해 음량과 음색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과는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프시코드는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건반악기로 사랑을 받았다.

바흐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들이 하프시코드를 위한 작품을 썼고
통주저음이라고 하는 바로크 시대의 반주법에도 필수적인 악기였다.
그러나, 통주저음을 반주로 하는 전통이 쇠퇴하면서 
하프시코드의 효용 가치도 서서히 떨어지게 되었다.

 

이 때 클라비코드와 하프시코드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건반악기가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피아노' 이다.

 

이로써 클라비코드와 하프시코드는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피아노가 건반악기의 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