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에는 두 가지의 번호가 있다.
장르별 일련번호 & 출판 순서별 일련번호가 그것이다.
장르는 No.로, 출판 순서는 Op.로 표시하는데,
Op.는 '작품'을 의미하는 라틴어 'Opus' 의 약자이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교향곡 제1번 작품 21'이라고 한다면
베토벤의 교향곡 중 1번째 곡이며, 전체 작품 중 21번째로 출판된 곡이라는 뜻이다.
출판 순서는 보통 작곡 순서와 일치하지만, 가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의 경우 1번보다 먼저 작곡되었지만,
1번보다 늦게 출판이 되었기 때문에 2번이 되었다.
유명한 작곡가 중에서 작품 번호를 처음 붙이기 시작한 사람이 베토벤이다.
그전 시대의 바흐, 모차르트, 하이든 같은 작곡가들은
작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거나 관리하지 않았다.
그들이 남긴 방대한 작품은 후대에 들어 몇몇 음악학자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리되었고
그 경우 작품 번호 앞에 정리한 사람의 이름이나 작곡가의 이름에서 유래한 이니셜을 붙인다.
작곡가에 따라 작품 번호(Op.)와 고유의 작품 번호를 함께 쓰는 경우도 있고
같은 곡이라도 분류한 사람에 따라 다른 작품 번호를 쓰기도 한다.
*비발디는 'R.'로 표시되는 '리옹 번호'를 사용한다.
1977년, 프랑스의 음악학자 피터 리옹이 비발디의 작품을 정리해 목록을 만들었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리옹'이라고 한 것이다.
R.은 '리옹 목록 Ryon Verzeichnis'의 약자 'RV'라고 하기도 한다.
그전에도 마르크 핀케를(P)이나 안토니오 파나(F)가 비발디 작품 목록을 출판했지만
지금은 리옹의 목록이 가장 포괄적이며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바흐는 BWV라는 작품 번호를 사용한다.
'바흐의 작품 목록'을 뜻하는 독일어 'Bach Werke Verzeichnis'의 약자이다.
바흐가 세상을 떠난 지 200년이 되던 1905년,
독일의 음악학자 볼프강 슈미더가 정리했다.
가끔 BWV 뒤에 Anh.('추가'라는 뜻인 'Anhang'의 약자)라는 단어가 붙기도 하는데
작품 목록 작성 후 추가로 붙은 번호를 의미한다.
*헨델은 HWV라는 작품 번호를 사용한다.
'헨델의 작품 목록'을 뜻하는 독일어 'Handel Werke Verzeichnis'의 약자이다.
*스카를라티는 두 가지의 작품 번호를 사용한다.
하나는 1953년, 600곡이 넘는 스카를라티의 건반악기 소나타를 정리해 출판한
미국의 하프시코드 연주자 랄프 커크패트릭의 이니셜을 딴 K.이고,
다른 하나는 1892년 나폴리에서 스카를라티 협회를 설립하고 작품 목록을 만들었던
알렉산드르 롱고의 이름을 딴 롱고 번호 L.이다.
스카를라티의 작품에는 K.와 L.을 함께 써주는 경우가 많다.
*하이든은 'Hob'이라는 작품 번호를 사용한다.
1957년과 1971년,
하이든의 음악을 정리해 두 권의 카탈로그로 출판한
네덜란드의 음악학자 안토니 판 호보켄의 이름을 딴 것이다.
호보켄은 먼저 작품을 장르별로 나누고 각 장르에 로마숫자를,
각 장르에 속한 작품에는 연대순으로 아라비아 숫자를 붙였다.
*모차르트는 'K.'로 표시되는 '쾨헬 번호'를 사용한다.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 연구가 루드비히 폰 쾨헬은
총 626곡에 달하는 모차르트 작품에 번호를 매겼다.
K.는 종종 '쾨헬 작품 목록'을 뜻하는 'Köchel verzeichnis'의 이니셜을
'KV'로 표기하기도 한다.
*베토벤은 Opus로 표기되어 있지만 가끔 WoO. 번호를 사용한다.
'작품 번호가 없는 작품'이라는 뜻의 독일어'Werke ohne Opuszahl'의 약자이다.
두 음악학자 킨스키와 할름이 베토벤의 작품 목록 가운데
작품 번호가 없는 작품(당시 출판이 되지 않았거나 사후 발견된 작품)에 편의상 붙인 것인데,
현재 베토벤의 작품 중 작품 번호가 없는 곡에는 모두 이 약호가 붙는다.
*슈베르트는 D.로 표기되는 '도이치 넘버'를 쓴다.
슈베르트의 작품을 정리한 오토 에리히 도이치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슈베르트의 작품에는 작품 번호가 있는 것이 아주 적고,
그마저 작곡 순서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의 음악 문헌학자이자 전기 작가인 도이치는
총 998개에 달하는 슈베르트 작품을 작곡한 순서에 따라 정리했다.
슈베르트의 작품에는
작품 번호와 도이치 넘버를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뮤직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악기 이야기] 클라비코드와 하프시코드 (4) | 2025.08.11 |
|---|---|
| [악기 이야기] 오르간 (2) | 2025.08.10 |
| 조지 프리데릭 헨델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e Frideric Handel 1685-1759) (4) | 2025.08.03 |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S.Bach 1685-1750) (4) | 2025.08.02 |
|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 (7) | 2025.07.31 |